[앵커]
아무데나 버리는 담배꽁초는 보기에도 안 좋지만 재난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장마철에 하수관을 막아서 침수피해를 일으키는 겁니다.
이 때문에 꽁초를 모아오면 보상을 해주는 지자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꽁초 보상에도 꼼수가 등장했다는데요.
전민영 기자의 현장카메라입니다.
[기자]
저는 경기도 번화가 뒷골목에 나와 있습니다.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데요, 일부 지역에선 이 꽁초들을 주워가면 보상을 해줍니다.
꽁초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현장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양손에 봉투와 집게를 들고, 허리를 숙여 담배꽁초를 줍습니다.
도로 옆 화단이며 공터, 심지어 초등학교 앞까지 꽁초가 없는 곳이 없습니다.
[현장음]
"널린 게 담배꽁초야. 언니, 저쪽에 많아. 여기, 여기도. 여기 내가 4일 전에 와서 줍고 갔거든요."
빗물받이 가득한 꽁초를 하나하나 집어 올리려면 허리가 끊어질 지경입니다.
[현장음]
"땀이 뚝뚝 떨어지네. 땀이 뚝뚝뚝 떨어져. 못하겠다 이제,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허리야."
이달부터 담배꽁초 수거보상제를 시범 운영 중인, 경기 의정부시.
시민들의 참여로 도심이 깨끗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보상은 부족합니다.
꽁초 200g을 모아가야 780원짜리 20L 종량제봉투 하나를 줍니다.
[송오순 / 경기 의정부시]
"200g에 한 장이 좀 적고. 두 장은 줘야지. 좀 타산이 맞지 이거 누가 주우려고 그래."
현금을 주는 곳도 있습니다.
이 작은 꽁초의 무게는 0.4g에 불과합니다.
주민센터 보상단위는 최소 200g인데요.
제가 직접 주워보겠습니다.
줍기 시작한 지 15분 만에 허리와 손목이 아팠고 악취가 진동을 합니다.
[현장음]
"으으! 진짜 허리를 펼 새가 없어요. 아, 냄새. 토할 것 같아요."
1시간을 꼬박 주운 결과 500개를 모았습니다.
젖은 꽁초나 이물질을 골라내니, 258g.
보상금으로 환산하니 7,740원입니다.
[이동규 / 금호2,3가동주민센터 관계자]
"한 달에 고정적으로 참여하시는 분들은 한 3~4분 정도 되고…."
구청이 아무리 수거를 해도 꽁초가 쌓이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들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제도입니다.
[이동규 / 금호2,3가동주민센터 관계자]
"여름을 대비하기 위해서 빗물받이나 하수구 청소를 해야 하는데… 주민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광주 광산구, 서울 강북구 등은 얼마 못가 수거 보상제를 중단했습니다.
[광주 광산구청 관계자]
"길거리 청소하는 거, 이런 이유로 시작하게 됐는데 실제로 가져온 건 재떨이를 털어서 가져오더란 말입니다."
생각보다 참여자가 많아 추경까지 편성했지만, 취지가 무색했던 겁니다.
[○○구청 관계자]
"어디 가게 앞에 재떨이 설치해놓은 경우가 있는데 그쪽 점주분들이 저희한테 민원 넣는 경우도 있었어요. 사람들이 와서 다 털어간다, 이게 맞느냐."
담배 피우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인 현실.
수해 피해를 줄이고, 도심 미관을 지키고, 예산 낭비를 막으려면,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 노력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장카메라 전민영입니다.
PD : 윤순용 장동하
작가 : 전다정
전민영 기자 pencake@ichannela.com